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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일몰없는 조세감면 28.5조 달해...'성역화' 비과세 손봐야

[코로나시대, 세법 이렇게 고치자]

<중> 조세특례 제도 '정치도구' 전락

여론 눈치에 일몰 연장 또 연장

국세감면액 사상 첫 50조 돌파

목표 달성한 감면제도 폐지하고

비과세 정비 논의 기초 자료되는

조세지출예산서 관리 강화 필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는 갈수록 영구화, 정치 도구화해 이제 정부가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됐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국세감면 제도는 통상 일몰제로 설계된다. 하지만 한번 도입되면 ‘줬다 뺏는 것’처럼 느껴져 폐지가 쉽지 않은 만큼 정치권도, 정부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일몰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구조가 고착화한 지 오래다.

일몰조차 없는 조세지출 항목도 수두룩하다. 2020년 기준 일몰이 없는 조세지출 항목은 총 84개로 조세감면액은 2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세감면액의 3분의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몰 규정 없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 항목인 만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다한 비과세 감면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감면액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해 법정 감면 한도를 초과했다. 국세감면액은 조세감면,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우대세율 적용 등 세금을 부과한 뒤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 금액을 말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감면율은 2020년 15.4%를 기록해 국가재정법상 한도(14.0%)를 1.4%포인트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 폭은 지난해(1%포인트)보다 크다.

기획재정부는 국세감면율 관리 차원에서 비과세·감면 제도 중 정책 목적이 달성됐거나 실효성이 없는 제도는 폐지하겠다며 지난 2015년부터 의무 심층평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대상은 일몰이 도래한 제도 중 연간 감면액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 일몰 연장 의견이 도출돼 조세특례 항목이 폐지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의무 심층평가를 실시한 조세특례 항목 중 폐지된 항목은 단 2개다. 일몰 도래 조세특례 정비 비율도 2017년 24%, 2018년 15%, 2019년 24%에 불과하다.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조세지출예산서에도 허점이 많다. 정부가 제출한 2020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개별 세법에 조세감면 내용을 담은 항목이 356개에 이르고 있음에도 예산서에는 39개 항목만 포함돼 있다. 조세지출예산서 포함 항목 선정과 관련한 명시적 지침이나 기준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조세감면이 관리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하는 비과세·감면 항목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보다 많은 조세특례가 조세지출예산서에 포함돼 관리돼야 한다”며 “예산서 포함·불포함 사유를 공개하는 등 조세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이미 정책적 목표를 달성한 감면 제도는 과감히 폐지하고, 의무 심층평가의 맹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면 제도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사실상의 ‘복지’가 돼버리다 보니 해주던 것을 안 해주기가 쉽지 않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기존 제도를 없애면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정치화돼 건들기 쉽지 않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공제 한도를 조금씩 줄이는 등 방도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 도입돼 20여년간 아홉 차례나 일몰 연장을 거듭해온 대표적 감면 제도다. 아울러 의무 심층평가의 주체가 기재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기에 평가 결과 대부분 일몰 연장 의견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평가 제도의 편향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보지만 완전히 중립적이지는 않아 보인다”며 “두 연구기관이 정부 정책에 대한 자문과 협조 기능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기관 예산도 기재부가 꽉 잡고 있다. 기재부에 어느 정도 정책적 옵션을 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싫은 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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